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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커먼뉴스

검찰, 7년간 덮었던 공무원 뇌물 사건 기소

by archivememe 2023. 10. 4.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는 거듭된 자백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뇌물 수수 혐의자를 수사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다는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외전 보도와 관련해, 검찰이 보도 9개월 만에 뇌물 수수 혐의자인 강현도 오산 부시장을 기소했다. 최초의 뇌물 공여 자백이 있은 지 무려 7년 만이다. 뇌물 공여자이자 제보자인 사업가 김희석 씨는 사건을 덮은 검사 3명(박정의·권찬혁·김영일)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검찰 "강현도 부시장, 경기도청 재직 시절 7천만 원 뇌물 받았다"

지난 7월 1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강현도 오산 부시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강 부시장이 경기도 투자진흥과장 시절이던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사업가 김희석 씨로부터 뇌물과 향응 등 약 7천180만 원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14년 경기도청 투자진흥과장이었던 강현도 부시장에게 '경기도 내 모바일 게임 전략 수출센터를 설립해 내 회사가 운영하게 해달라'고 청탁한 뒤 '내가 아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에 4천만 원을 투자하면 10배 이상의 수익금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 강 부시장은 제안에 응했고, 김 씨에게 4천만 원을 송금했다. 

 


이후 김희석 씨는 강현도 부시장에게 2015년 2월 17일부터 같은 해 9월 21일까지 총 9회에 걸쳐 1억 1200만 원을 송금하거나 현금으로 줬다. 과거 뉴스타파 취재에서 강 부시장은 "투자했던 돈의 일부만 돌려받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투자금의 3배에 달하는 돈을 받은 셈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강현도 부시장은 김희석 씨로부터 약 161만 원어치의 향응도 제공받았다. 김 씨가 수사 과정에서 제출한 카드 내역서 등에 따르면 강 부시장은 총 7회에 걸쳐 접대를 받았다. 최고액은 2015년 6월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유흥주점에서 255만 원어치 접대를 받은 것이었다. (다만 당시 합석했던 사람이 4명이라 4분의 1만 뇌물로 인정됐다.)   

 

지난 7월 12일, 검찰은 강현도 오산 부시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뇌물 공여자인 김희석 씨가 사건을 검찰에 최초 제보한 지 약 7년 만이다.'강현도에 뇌물 줬다' 거듭 자백해도, 검찰은 묻었다 

문제는 김희석 씨가 강현도 오산부시장에게 뇌물을 줬다고 검찰에 최초 제보한 게 지난 2016년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김희석 씨는 사업 관련자에게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김 씨는 2016년 7월 담당검사였던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박정의 검사에게 뇌물 형태의 돈을 줬다고 사실상 자백했다. 다음은 김희석 씨에 대한 박정의 검사의 신문 기록이다.



박정의 검사 : 계좌의 거래 내역을 보면 특정 개인 강현도, 문 모 씨, 조 모 씨 등에게 이체된 내역이 많이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김희석 : 강현도는 작년에 경기도청 과장으로 근무했던 대학 선배입니다. 강현도에게 지급한 돈은 2015년경 경기도가 14억 원을 지원하며 모바일 게임센터 설립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강현도가 저의 회사가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게 도와주겠다고 하여서 선급금으로 지급한 돈입니다. 

박정의 검사 : 선급금이란 무슨 뜻인가요.

김희석 : 계약 체결에 대한 선급금이란 뜻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4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박정의 검사 : 그럼 경기도와 위 계약을 체결하였나요.

김희석 : 아니요,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선급금은 현재까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 김희석 뇌물 사건 2차 피의자 신문조서 중 (2016.7.6)

하지만 위 문답 이후 박정의 검사는 강 부시장에 대해 더 묻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김희석 씨는 201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스폰서'였다. 김 전 부장검사에게 수천만 원이 넘는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 이 사건은 2016년 9월 한겨레신문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으므로, 위 문답이 오간 2016년 7월은 김형준 검사의 비위를 오로지 검찰만 알고 있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희석 씨가 자백한 공무원 뇌물 사건을 수사하다보면 김형준 검사의 비위까지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를 목적으로 김희석 씨가 자백한 강현도 오산부시장 뇌물 사건을 덮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2016년 7월 6일 김희석 씨는 강현도 오산 부시장에 대한 뇌물 공여 사실을 당시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소속 박정의 검사에게 털어놨다. 하지만 박 검사는 수사하지 않았다. 

김희석 씨는 2016년 9월에도 담당검사인 권찬혁 검사에게도 뇌물 공여 사실을 털어놨다. 당시 권 검사는 상부에 보고한 수사보고서에 '김희석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적었다. 또 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강현도 부시장의 아내에게 수천만 원이 흘러간 사실도 확인됐다고 썼다. 하지만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희석 씨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휘부에서 원치 않는다, 일단 김형준과 김희석 간의 친구 간의 일탈로 이렇게 프레임을 짜서 이번 건은 수사를 해야 된다'라고 명확히 들었습니다. 지휘부에서 원치 않는다고. 왜냐하면 그 당시에 뇌물 관련 사건에 등장하는 검사가 10여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전부 다 대검찰청에서는 감찰을 제대로 안 하고 김형준과 저와의, 삼십 년 친구 간의 일탈로만 마무리 짓고 싶었던 것으로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희석 / 김형준 전 부장검사 '고교 동창 스폰서'

마지막으로 김 씨는 2018년 4월,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 소속 김영일 검사에게 강현도 오산부시장의 뇌물 건을 제보했다. 당시 김영일 검사실을 드나들던 브로커 죄수 이 모 씨를 통해서였다. 역시 시간이 지나도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영일 검사는 뉴스타파에 '브로커 죄수 이 씨를 통해 사건 제보를 받은 건 맞지만 수사 가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김 씨의 거듭된 자백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한 번도 강현도 부시장을 수사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서울서부지검은 2018년 중순 강 부시장을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한 뒤에 무혐의 처분했다. 뇌물 공여자인 김희석 씨는 부르지도 않았다. 뇌물 공여를 자백한 사람은 부르지도 않은 채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강 부시장의 해명만을 받아들인 셈이다. 일반적인 뇌물 수사 방식이 아니었다. 

결국 김 씨는 출소 뒤인 지난해 10월, 경찰에 다시 사건을 제보했다. 그사이 경기도청 공무원이었던 강 부시장은 경기도 오산시의 부시장으로 영전해 있었다. 경찰은 강제수사에 돌입했고, 지난 3월 29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3개월여 뒤인 7월 12일 검찰은 강 부시장을 기소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계속해서 사건을 덮기만 했던 검찰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사건 은폐 의혹 검사 3명... 공수처에 '특수직무유기' 고발

김희석 씨는 과거 강현도 오산부시장의 뇌물 건을 제보받았던 검사 3명(박정의·권찬혁·김영일)을 공수처에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특수직무유기는 "범죄 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을 인지하고 그 직무를 유기한" 범죄를 말한다. 강 부시장의 혐의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이니 이를 인지했으면서도 수사하지 않은 검사들에게도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김희석 씨는 고발 취지에 대해 "공무원 뇌물 사건은 검사들이 수사하고 싶어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장기간 수사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범죄 인지 후 방임이라 생각한다.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사건을 얼마든지 묻을 수 있다는 것, 즉 검찰의 권한 남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번 고발을 통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발 사건을 대리하는 권준상 변호사는 "김희석 씨가 사건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제보했는데,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수년이 지나 김희석 씨가 사건을 경찰에 제보한 뒤에야 강현도 부시장은 기소됐다. 그사이 김 씨의 제보 내용이나 진술, 증거는 거의 바뀐 게 없다. 검찰은 기소가 가능한 제보 내용과 자료의 존재를 알면서도 수사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특수직무유기에 해당하는 범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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