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노벨상을 받았을 때 난 그게 내가 천재란 뜻도, 위대한 물리학자의 순위에 들었다는 뜻도 아니란 걸 직감했어요. 그건 대체로 딱 맞는 시간에 딱 맞는 장소에 있었기에 그 발견에 기여한 운 좋은 사람이 받는 상입니다."(애덤 리스, 2011년 노벨물리학상)
그저 겸손일까. 그럼에도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는 무언가 있을 것이고 무언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칭 '우주론자'이자, 노벨상에 근접했다가 실패한 자신의 경험을 담은 <노벨상을 놓치다>라는 책을 썼고, <불가능 속으로>이라는 팟캐스트 등을 진행하는 브라이언 키팅이 저자다. 우리 제목으로는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원제로는 <Into the Impossible>. 책 내용은 원제에 가깝다.
수상자들은 그저 천재일까. "따라서 우리의 허영, 자기애는 천재 예찬을 부추긴다. 천재를 우리와 아주 동떨어진 존재, 기적으로 생각할 때만 그 사람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 천재도 먼저 벽돌 쌓는 법을 배운 뒤 건물 짓는 법을 배우며, 끊임없이 재료를 찾고 그 재료를 써서 꾸준히 자신을 만들어간다. 천재의 활동만이 아니라 사람의 모든 활동은 놀라울 만치 복잡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기적'은 아니다."(니체)
그런 것 같다. 이런 수상자가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나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연구하지요. 따라서 매일 나는 학자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기꾼이 되는 거예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을 연구해야 해요."(존 매더, 2006년 노벨물리학상)
훌륭한 학자들이기에 영감의 파편들이 넘쳐난다. 그중 하나다. 장자莊子가 말한 '쓸모없는 것의 쓸모' 한자로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다.
"우리 물리학자들이 하는 연구의 상당수는 사실 쓸모가 없지요. 지금까지 이루어진 놀라운 발견 중 대부분이 우리 삶에 아무런 직접적인 영향도 미치지 않을 거예요. 매일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해 간다는 기쁨을 제외하면 말이죠."(셸던 글래쇼, 1979년 노벨물리학상)
그러다보면 어느 경지에 이르게 되고 노벨상은 저절로 따라오나보다.
"어느 선에 이르면 우리가 안다는 건 증명과 상관 없어지는 거죠. 우리의 생각하는 능력,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능력에 알고리즘을 초월하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요?"(로저 펜로즈, 2020년 노벨물리학상)
인간이 인간일 수 있다는 건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는 능력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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