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죽던가, 하나만 살던가
국내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이젠 ‘배달비 제로’를 놓고 경쟁에 돌입했다.
그동안 배달망 넓히기(전국 배달), 배달 속도전 경쟁(단건 배달), 라이더 확보전까지 치열하게 맞붙어왔던 3사가 이번엔 고객에게 아예 배달 서비스를 하면서 배달비는 받지 않겠다는 정책까지 내걸고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배달비는 소비자와 음식점주가 절반씩 부담해왔다.
그동안 많이 뜯어갔다.
생존할려면 돌려주긴 해야하는데...
다시 가져갈 것이다.
일단 우리는 땡큐다.
배민과 쿠팡이츠 등은 앞으로 소비자가 절반씩 냈던 배달비를 대신 감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단 이때 ‘무료 배달’은 알뜰 배달(배달 기사가 동선이 겹치는 장소들을 묶어 여러 곳을 같이 배달하는 것)에만 해당된다. 그래도 좋은 해택이지만 살짝 무늬만 공격적으로 한 것이긴 하다.
지난달 말 쿠팡이츠가 먼저 이커머스 몰 쿠팡의 유료 멤버십 회원에 한해 배달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서자, 작년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점유율 1위 업체 배달의민족도 또 다른 무료 배달 정책을 걸고 반격에 나섰다. 이 같은 무한 출혈 경쟁을 두고 일각에선 한 기업의 지배적 위치를 더욱 굳히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원할 수 없다. 다른 숨은 곳에서 가격이 오를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쿠팡이츠에는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다. 문제는 포화상태의 배민은 딱히 얻는게 없다. 그렇다고 배달료를 유료로 지금처럼 둘 수도 없다.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것으로 끝날 수 있다. 결국 그 이익의 만회는 다른 곳에서 가져갈 것이라고 보인다.
그동안 너무 해먹은 배달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일부터 고객이 배달비에 따라 ‘주문 음식값 10% 할인’과 ‘무료 배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부터 서비스를 우선 적용, 추후 시장 상황에 맞춰 적용 지역은 순차적으로 추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소비자가 기존에 1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하고 2000원의 배달비까지 합쳐서 1만2000원을 냈다면, 앞으로 배민을 이용하면서 ‘무료 배달’을 택하면 1만원만 내면 된다. 2000원은 배민이 소비자 대신 부담한다.
원래 배달 기사가 받아야 할 돈은 2000원이 아니라 4000원 정도다. 소비자가 절반인 2000원을 내면, 음식점주가 나머지 2000원을 따로 또 부담하는 형태였다. 음식점주들은 앞으로도 기존처럼 나머지 절반의 배달비는 배달 기사에게 계속 낸다. 또한 음식점주들은 배민 같은 플랫폼에 주문 중개 이용료(부가세 포함 7.48%)와 결제 수수료(1.5∼3%·부가세 별도)도 따로 내야 한다.
배달 앱 시장 점유율만 60%에 달하는 배민이 굳이 이런 무리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쿠팡이츠 같은 경쟁사의 공세가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쿠팡이츠가 지난달 말부터 자사 유료 멤버십 회원들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는 정책을 펴겠다고 나서자, 배민도 맞불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배달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배민 2193만명, 요기요 603만명, 쿠팡이츠 574만명이었다.
요기요도 무료 배달을 적용한 구독제 요금을 낮추면서 경쟁에 참전했다. 요기요는 1일부터 ‘요기패스X’의 구독비를 4900원에서 2900원으로 낮췄다. 요기요 앱 내 ‘요기패스X’ 대상 가게에서 최소 주문 금액 1만7000원 이상 주문할 경우엔 횟수에 제한 없이 배달비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존 ‘요기패스X’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도 이달 정기 결제부터는 2000원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무료 배달, 지속 가능할까
플랫폼 업체 입장에선 보통 자금이 드는 일이 아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최근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배달 앱 시장이 역성장에 접어들었다. 이 심리 저항선을 깨고 가입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 채택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언제까지 할 수 있느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9년 쿠팡이 배달비 무료 혜택과 비슷한 프로모션에 3000억원을 투입했을 때 배민 역시 900억원을 투입하면서 맞불을 놓은 적이 있긴 했다”면서 “양사가 아무리 자금력이 있다고 해도 무료 배달을 무한정 계속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배민은 일단 쌓아둔 현금으로 60%라는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사회경제 커먼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옳았는데 국민들이 느끼지 못했다는 반성문 (32) | 2024.04.16 |
---|---|
조국 대표 "김건희 여사 조사하라" (10) | 2024.04.11 |
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나라는 어떻게 될까? (2) | 2024.04.11 |
5월부터 병원 및 의료기관 방문 시 신분증 지참 필수! (11) | 2024.04.09 |
결국 무고죄가 선고된 아이돌 출신 BJ (13) | 2024.03.21 |
3년 적자전략 테무깡. 마비가 온 전세계 유통시장의 제재가 시작되었다. (18) | 2024.03.17 |
의대 증원없이 수가를 올리면 건강보험료 3~4배가 오른다. (15) | 2024.03.17 |
'복귀하고 싶지만 보복이 두렵다'는 의사의 글 (feat.참의사와 마피아) (22) | 2024.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