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기관에서 이런 짓을 했다.
누진세 적용에도 양극화 심화. 부유층의 정치권 장악이 원인
세대·소득별 차등투표제 도입 “20대에 더 많은 투표권 줘야”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현행 누진세 제도만으로는 양극화 해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1인1표 보통선거제를 개혁해 저연령·저소득자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주자는 국책연구기관의 파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제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이들에게 경제정책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차등투표권을 부여해 양극화 해소 방안에 더 많은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찰-양극화 완화를 위한 조세정책에서 정치철학까지’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근 조세연을 떠난 홍범교 전 조세연 조세정책연구실장이 퇴임 전 마지막으로 작성한 보고서다.
누진세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누진세는 소득세와 재산세에 적용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평균 임금은 3843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위 50%의 임금은 1233만원, 상위 10%는 1억7851만원으로 상위 10%가 하위 50%보다 임금이 14.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가 한국의 부의 25.4%를 차지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구 월평균 소득 자료를 봐도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소득(117만8000원)은 5분위 평균(1080만4000원)의 10분의 1수준에 그쳤다.
보고서는 누진세가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 약자를 지원한다’는 본래 도입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홍 전 실장은 “늘어나는 세수를 취약계층 지원에 적절히 사용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부유층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 구조 개선이 얼마나 진전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현 추세대로 양극화가 진전된다면 사회적 연대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정치 제도 개혁이 양극화 문제를 완화할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연령대별로 인구 차이를 감안해 투표권을 주는 ‘세대별 평등투표제’ 도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20대 인구는 626만명으로, 50대 인구(834만명)의 75% 수준이다.
홍 실장은 “차등투표제를 도입해 20대에게는 1인당 4표를, 50대에게는 1인당 3표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성 있는 제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산이 고령층에 고일 뿐 젊은 세대로 부의 이전이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결정할 때 2030 세대의 희망사항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정작 재정부담을 짊어질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저출생으로 청년이 빠르게 줄어드는 인구 구조 하에서는 연금개혁 등 세대 관련 현안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소득에 따라 투표권을 달리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소득분위별 인구를 감안해 저소득자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부여하는 차등투표권 도입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모든 소득 계층이 동일한 비중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홍 실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부 제도 개편이 국회에서 입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등투표제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며 “현재 국회에서 타협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주장한 ‘토지 단일세’를 기준점으로서 연구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토지 단일세는 토지로부터 나오는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걷고 그 대신 다른 조세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홍 실장은 “토지 단일세가 최초 제안된 형태로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우리나라 부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보유세의 다양한 형태를 구상할 때 기준점으로서 연구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했다.
차라리 가위바위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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